▲ 문 병 환 FC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 34조 1항과 2항의 내용입니다.

우리는 헌법이란 국가의 운영과 국민의 기본권 및 의무 등을 담은 가장 기본적인 법률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지 않았던 것처럼(헌법 제 1조 2항), 국가가 재해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것처럼(헌법 제 34조 6항), 국가는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빼앗으려하고 있습니다.

인간다운 생활이란 생존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취와 자아실현을 위해 일하고, 노화가 찾아오면 휴식을 취하는 삶입니다. 국민들이 이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국민연금 등 사회 보험과 공적 부조에 힘써야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입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을 죽을 때까지 노동력을 제공하고, 소비재를 구매하는 도구로만 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뉴스도 접하지 못한 채 국회에 통과돼 시행을 앞둔 비과세 폐지안이 바로 그 대표적인 제도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일, 2017년 1월 1일부터 월 적립식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한도를 1억 원으로 축소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보도 자료를 통해 밝힌 세법 개정 이유는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입니다. 법안 통과를 주도한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10년가량 1억 원 규모의 저축성보험을 유지한 가입자를 서민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40세부터 10년간 84만원, 30세부터 20년간 42만원씩만 저축해도 1억 원이 넘습니다. 이 정도 저축을 했다고 해서 우리는 부자라고 하지 않습니다.

비과세 폐지로 인해 세수가 증대되려면 오랜 기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가 개정안을 추진하고자 하는 진짜 이유는 소비 촉진입니다. 저축에 대한 혜택을 줄임으로써 저축 의욕을 감소시키면 자연스럽게 저축이 줄고 소비가 활성화됩니다. 과거 연금저축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고, 공제 한도가 줄어들면서 가입자 수가 급감했던 것처럼 저축성보험 가입자 또한 급격히 줄어들 것입니다.

또 비과세 폐지 이후 예정된 수순은 이자소득세의 인상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이자 소득세는 15.4%로, 미국 40%, 네덜란드 60% 등인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적은 편입니다. 비과세 저축이 있는 상황에서 이자소득세를 올린다면 비과세 저축으로 자금이 몰릴 것입니다. 비과세를 폐지하고 난 후 이자소득세를 올리고, 제로금리를 시행하면 사람들은 저축보다 소비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소비 촉진으로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면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겠지만, 저축의 감소는 국민에게 불행을 넘어 큰 재앙이 됩니다.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6%에 불과하며, 매년 0.5%씩 낮아져 2028년에는 40%까지 떨어집니다. 나머지 소득을 젊을 때 준비한 저축에서 얻어야 인간다운 노후를 보낼 수 있지만 소비만 했던 국민에게 저축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국민연금 또한 2060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사회보장 제도도 점차 축소되는 가운데 삶을 유지하기 위해 남은 방법은 노동뿐입니다. 우리는 65세, 70세 퇴직 이후에도 소비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동을 계속해야만 합니다. 생존을 위해 늙은 몸을 이끌고 강제로 노동하는 것은 노예의 삶입니다.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저축할 권리가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비과세 폐지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야합니다. 또한 더 늦기 전에 저축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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