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2016년 한 해 많은 아이들이 친부모에 의해 죽임과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아이들은 폭력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 했다. 또 친부모와 이웃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아이들의 ‘한의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 왔다. 게임에 중독된 딸을 아버지가 집에 가둔 채 굶기고 폭행한 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터키 해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시리아 꼬마 아일란 쿠르드는, 유럽을 비롯한 세계를 고개 숙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도 얼마가지를 못했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부모의 손을 잡고 고향을 떠난 시리아 난민 어린이들이 지중해를 건너면서, 폭랑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우여곡절 속에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도착한 유럽 역시 이들에게는 꿈에 그리던 그런 곳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성폭행과 폭력에 노출돼 있었고, 차별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지난 한해 전쟁과 폭력, 그리고 기아로 인해 시리아를 비롯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아프리카 등을 탈출해 유럽대륙으로 들어간 난민은 1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꿈을 가지고 고향을 떠났다. 지중해를 건너면서 많은 어린이들이 배가 전복돼 생명을 잃었다. 오늘도 여전히 지중해를 건너다가 죽임을 당한 아이들의 ‘한의 소리’가 들려온다.

특히 국내에서는 꿈 많은 한 소녀가 신학대학교 교수이며, 목사인 아버지에 의해서 살해됐다. 가슴 아픈 것은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목사아버지가 중학생 딸을 5시간 동안 폭행,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훈계를 넘어선 폭행이며, 살인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를 않고, 죽임을 당한 딸의 주검을 11개월이 넘도록 집안에 방치했다는 것이다. 기도하면 살아날 것 같아 살해한 딸의 주검을 방치했다는 변명, 누가보아도 신학대학교 교수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잘못된 신앙이다. 목사아버지와 계모는 아동학대치사죄와 살인죄가 적용돼 구속됐지만, 이 사건은 한국교회 안에서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켰다.

이 소녀는 아버지가 재혼한 이후 계모의 여동생 집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다.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 가출해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하룻밤을 재워 달라’고 부탁도 했다. 그러나 담임선생은 이 소녀가 가출했다는 소리를 듣고, 귀가 할 것을 설득했다. 실질적인 보호자였던 이모에게 소녀를 인계했다. 그러나 이 아이를 도와주어야 할 담임선생도 진정한 이웃은 아니었다.

부부간의 가정불화로 가출한 비정한 엄마가 7살 된 친딸을 폭행해 숨지게 했다. 그리고 암매장했다. 비정한 엄마는 5년 동안 쉬쉬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은 부모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아야 할 나이에 5년 동안 암매장된 채, 사건 전모가 들어났다는데 국민적 공분을 샀다. 내 자식을 살해하고, 주검을 유기한 사실들에 대해 국민 모두가 믿지를 못했다

이밖에도 지난 한 해 부천 어린이 토막살해사건, 평택실종아동 원형이 사건 등등은 부모라는 탈을 쓴 괴물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사건들이었다. 이러한 사건들은 인천 11살 학대 소녀 탈출사건으로 인해 정부가 장기결석 학생 및 미취학 아동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아직 채 꽃도 피워보지 못한 어린 생명들이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 갇혀 죽임을 당했을 것을 생각하니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이것은 분명 우리사회가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잃어버린 결과가 빚은 것이다.

지난 한해 많은 아이들이 학대와 폭력에 노출돼 있었다. 이들은 누군가의 구원을 간절히 기다렸다. 그러나 누구도 폭행과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의 이웃이 되지를 못했다. 이웃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는데, 죽임을 당한 아이들에게 누구도 이웃이 되지를 못했다는 사실 앞에 국민 모두는 자성해야 할 것이다.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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