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원 목사
연말연시를 맞아 훈훈한 소식이 가득해야할 마당에 또다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부패된 남자의 시신이 복권 3000여장과 함께 발견된 것이다. 이 남자의 동생이 지난 4월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증언에 따르면, 벌써 8개월가량 방치된 것이다. 경찰도 시신의 상태가 뼈가 서로 분리될 만큼 숨진 뒤 오랫동안 방치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50대인 이 남자는 결혼도 하지 않고 홀로 지냈다고 한다. 공공근로를 하며 생계를 꾸려왔으며, 당뇨 등 지병도 앓았다. 그런 그가 1500만원 상당의 로또 복권 3000장과 함께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것은,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를 짐작해볼 수 있다. 누가 이 가엾은 영혼을 죽음으로 몰았단 말인가. 누가 이 영혼에 대고 손가락질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분명한 것은 작금의 우리는 누구도 비난하거나 손가락질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홀로 외롭게 살다가 안타깝게 생명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 누구하나 찾지도 않는 외로움 속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독거노인을 비롯해 소년소녀가장,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소외되고 외톨이 대접을 받는 가정들이 넘쳐난다. 문제는 누구하나 이들의 외로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이들에게 보이는 동정심이 전부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함으로 이들을 대하지 않는다.

2016년은 가뜩이나 마음이 얼어붙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매주 촛불시위로 분출되고 있다. 열심히 살면 되는 세상이 아니라, 불의와 불법으로 잘 사는 세상에 대한 민중의 불호령이 하늘을 울리고 있다. 국민들은 빚으로 허덕여 빈털터리가 되는데, 불법으로 재산을 일군 이들의 창고는 차고 넘친다. 그마저도 혹시나 빼앗길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이 차고 넘쳐도 더 가지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일확천금의 꿈을 꾸다가 안타깝게 죽은 영혼들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바로 이 사회가 그들을 죽음의 문으로 인도한 것이다. 돈이면 다 된다는 허울뿐인 사회가, 꿈과 희망을 안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밀어내는 것이다. 그들의 꿈과 희망을 처참하게 짓밟고, 미래에 대한 소망마저 앗아가는 것이다. 자신들만 배부르면 다라는 생각이, 이 땅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우리의 소중한 생명들을 꺾어버리는 것이다.

2017년에는 더 이상 이런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어 서로 돕고, 나누는 아름다운 나라로 그려지기를 소망한다. 부정과 부패, 불의와 불법이 판을 치는 비상식적인 나라가 아닌,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그런 정당한 나라가 되기를 염원한다. 내가 아닌,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화합과 상생의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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