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동안 한국교회 안에서 부패와 타락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회개와 자성의 목소리는 미약했다. 각종 비윤리적인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어설프고 이치에 맞지 않는 변명으로 일관하기에 바빴다. 입으로는 회개와 각성을 외치면서도 행동은 달랐다. 뼈를 깎는 실천이 요구됨에도 세상적 욕망인 권력과 재물에 눈이 멀어 본분을 망각했다.
정의와 생명, 사랑과 평화, 구제와 나눔의 종교로 대변되던 시절도 있었으나, 지금은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을 보듬어 안으며 사회적 부조리와 부당함에 저항하고 절망 속에서 신음하던 사람들에게 희망과 소망을 심어 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올해는 한국교회에 있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소중한 기회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 한국교회가 스스로를 점검해 보고, 회개를 통해 나눔과 섬김, 사랑의 공동체로서의 본질을 회복하는 원년으로 삼았으면 한다.
특히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를 원하는 세상의 요구에 부응해 한국교회가 이 사회와 시대의 양심으로서 부패와 불의를 뿌리 뽑고 정의롭고 정직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소망한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구제를 몸소 실천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길 바란다. 한국교회가 다시금 부활과 생명의 종교로 거듭나 이 땅에 사랑이 넘치도록 만들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예산의 10%를 넘어서 30%까지라도 사회를 위해 환원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처럼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는 가장 낮은 자의 자세로 세상을 섬기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더 이상 인색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아 땅에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모두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이자, 한국교회가 다시 사랑의 종교로 거듭날 수 있는 첫 걸음이다.
이와 함께 올해는 한국교회가 제발 말로만 떠드는 연합이 아닌, 진정 한 형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원한다. 지금 연합기관의 통합을 두고 또다시 한국교회가 시끄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자칫 성급한 통합이 분열을 조장할지 모른다. 따라서 단순히 기구의 통합이나 특정 교단의 통합, 개인의 통합이 아닌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연합이 되길 소망한다. 누구의 이권도 개입되지 않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그런 연합이 되어야 한다. 2017년 한국교회가 본질을 회복해 전진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예장 우리총회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