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수정교회 이득희 장로와 임소연 권사가 불의의 사고로 뇌사판정을 받고, 장기 및 신체조직 기증으로 꺼져가는 이웃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은 뒤 영면한 아들 이용민 중위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군의관이었던 이용민 중위(30세)가 생애 마지막 순간 자신의 장기와 뼈 등 신체조직을 기증해 숭고한 생명 나눔을 실천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성결인 청년 의사였던 이 중위는 자신이 꿈꿨던 의사로서의 꿈은 다 이루지 못했지만, 군의관으로서의 마지막 임무는 충실히 수행에 옮겼다.

평소 누구보다 밝고 정이 많은 신앙인이었던 이 중위는 명덕외고와 연세대 의대를 나온 장래가 촉망 받는 의사였다. 가벼운 질병조차 앓아 본 적이 없는 건강체질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14일 저녁 경기도 포천 지역에서 군복무중 갑작스런 불의의 사고로 뇌출혈이 발생했다. 이 중위는 병원으로 후송 돼 응급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도 치료 받았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아들의 소식을 접한 아버지 이득희 장로(60세)와 어머니 임소연 권사(56세 이상, 서울수정교회)는 매일 30분씩 중환자실에서 아들을 면회할 때마다 “오늘도 잘 견뎌주고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고 눈물로 기도했다.

하지만 이 중위는 스물아홉 생애를 다 채우지 못하고 끝내 ‘뇌사 판정’을 받았다. 천청벽력과도 같은 통보였다. 그러나 이 중위의 가족들은 주저앉지 않고, 오히려 큰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아들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지만, 꺼져가는 삶을 이어가는 이웃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고 떠나도록 하자는 생각이었다. 가족들은 아들의 천국 가는 길을 따뜻하고 환하게 밝혀주기 위해 이 중위의 장기와 신체조직 기증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면서도 이 중위의 부모는 육신의 부모로서 한 가지 소망이 있었다. 바로 아들 용민씨가 서른살은 꼭 채우고 하나님 곁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어머니 임소연 권사도 2016년만 넘길 수 있다면 온전히 아이를 주님께 맡기겠다고 기도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부모의 바람대로 아들 용민씨는 2017년 새해를 맞이했고, 3일간 더 이 땅에 머물렀다. 그리고 4일날 새 생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남겨주고 하나님 품에 안겼다. 이 중위가 기증한 심장과 간, 췌장, 신장 등은 곧바로 위급한 환우들에게 이식됐다. 특히 이 중위의 간은 6개월된 아기 등 2명에게 이식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했다. 이밖에도 각종 조직과 뼈 등 신체조직 34종도 기증됐으며, 그의 대퇴골 뼈 1종만으로도 작은 뼈칩(Born Chip)을 만들어 약 150명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의료진은 전망하고 있다.

아버지인 이득희 장로는 15시간에 걸친 아들의 장기적출 수술을 뜬눈으로 기다렸다.

이 장로는 “신앙인으로서 기적도 있고,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는 것이 어려웠지만, 용민이가 의사로서 병을 고치고 치료해야 하는데, 그것을 못하고 가기 때문에 자기 몸을 바쳐서라도 사람을 살리고 떠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아들의 영혼은 하나님 곁으로 가지만 그 신체의 일부는 누군가에게 새 삶을 줄 수 있는 것에 위안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장로는 수술 후 SNS에 “용민아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더 큰 일을 했다. 이제 하나님 곁에서 편히 쉬거라”고 아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인해 뇌사판정을 받은 가운데, 위급한 상황에서 꺼져가는 이웃에게 새 생명을 주기로 결심한 이들 부부의 결심은 개인이기주의가 팽배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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