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부흥운동을 통한 교회성장은 한마디로 자본주의 경제논리와 군사 문화적 승리주의가 결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성장론이 휩쓸고 지나간 현재의 한국기독교는 개인주의와 개별교회주의, 교파주의, 집단이기주의가 만연되어 있다. 이로 인해 한국교회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렸다.

성직자들은 가부장적인 파쇼주의와 경제논리에 의한 전투적 승리주의를 이끄는 수장이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 교인들을 샤머니즘적인 기복주의와 피안적인 내세주의로 몰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종교개혁의 전통에서 벗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하나님의 세상을 위해서 일하던 교회는, 바벨탑 쌓기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특히 한국교회의 무제약적인 경쟁은 인간성을 파괴하고, 공동체성을 부정하는 자본주의적 경제원리로, 인간들로 하여금 물질적 가치만을 숭상하게 만들었다. 이것을 얻기 위해 인간들은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한국교회는 ‘선교’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제약적인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다수의 교인을 획득하고 큰 교회당을 건축한 목회자는 성공한 목회자로 추앙을 받는 풍토가 한국교회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이러한 전투적 승리주의가 우상화됨으로써 목회자, 아니 평신도까지도 어떤 물질적 성과를 달성한 사람만이 교회의 중요한 직책을 맡는 결과를 가져다가 주었다. 교회의 직책이 신앙과 인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 성과에 따라 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교회 안에서 ‘믿음의 척도를 헌금의 액수, 아니 물질적 성과’로 결정짓는 것은, 물질적 성과주의로 흘러가는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이제 한국교회는 물질적으로 성공한 교인만이 장로도 될 수 있고, 안수집사도 받을 수 있다. 또 교회의 주요직책을 맡을 수 있으며, 물질적 성공한 목사만이 대접받는 풍토가 조성되었다.

이것은 한국의 기독교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 즉 성서의 말씀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갈릴리에서 군중들에게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했으니, 이제까지의 삶의 방식을 버리고, 하나님의 나라에 동참하라”고 했다. 그렇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지,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 오신 것은 아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전위대로서 모인 그리스도인의 공동체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궁극적으로 지향했던 것은, 교회 자체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였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수단이지, 목표는 아니다. 이러한 수단과 목표를 도취시킨 것이 바로 중세교회이다. 오늘 한국교회가 중세교회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중세교회는 예수의 재림이 지연되면서, 교회를 하나님의 나라와 동일시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재림을 종교적으로 해석, 교회 안에서 성령의 내제와 성만찬을 통한 임재를 설명했다. 성직자들은 이러한 종교의식을 독점,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의 구별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교회를 역사적으로 완결된 단체로 만들어 교회주의, 교권주의를 등장시켜, 하나님 나라의 역사적 실체를 해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고, 교회의 실체만이 남게 되는 잘못을 범했다.

문제는 한국교회가 중세교회의 이러한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데 있다. 그래서 일부 신학자들은 “그리스도인들은 피안적이고, 종말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즉 한국교회가 하나님나라, 하나님의 세상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래야만 한국의 기독교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하나님의 나라가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예장 합동총신측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