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명 환 목사

하나님은 모세에게 명했다.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서 억압과 착취가 없는 정의롭고 평등한 새로운 나라를 세우라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구약성서 전체의 흐름이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제 침략을 경험한 우리민족에게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출애굽 사건에 대한 언급은 모세 5경뿐만 아니라, 시편과 예언서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파라오의 압제 밑에서 해방시켰다는 신안고백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신앙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라는 거대한 제국의 압제와 수탈에서 탈출, 가나안 땅에서 자유롭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나라를 수립하려고 했다. 그러나 앗시리아와 바벨론 제국에 의해 좌절되고, 나라를 잃은 백성은 유리방황하게 되었다. 이집트-앗시리아-페르시아-시리아-로마와 같은 이웃나라에게 짖눌려 살면서도, 1천여년 동안 하나님이 통치하는 새로운 나라에 대한 갈망을 버리지 않았다.

로마 치하에서 세례요한은 유대 백성들을 향해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라”고 외쳤다. 세례요한은 민중을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처형됐다. 그 후 예수님이 나타나 “때가 다 되어 하나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외쳤다.

예수님의 하나님나라운동은 가난한 사람들이 억압과 수탈에서 벗어나 굶주림과 질병이 없는 자유롭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나라를 세우는 것이었다. 이 땅에서도 이같은 운동이 98년전에 일어났다.

1919년 3월1일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은 일본 식민지세력의 압제와 수탈에 항거하며, 나라의 해방과 독립을 위한 운동을 일으켰다. 고문을 당하고, 피를 흘리며, 죽어가면서도, 나라를 찾으려고 대한독립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 중심에 한국교회가 있었으며, 기독여성과 기독농민, 기독빈민들은 일제의 총칼 앞에서 쓰러지면서도, 한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외치며, 정의롭고 평등한 하나님이 통치하는 나라를 갈망했다.
조선왕조 후기에 양반들은 가렴주구를 일삼는 부정부패를 일삼고, 명분을 찾는 무능한 양반들이 나라를 지배하는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게 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기독교와 서양문물이 들어왔다. 조선 봉건왕조가 수명을 다해 갈 무렵 기독교는 남녀평등과 시민평등을 앞세워 조선의 가난한 백성들에게 파고 들었다.

서양에서의 영국은 이미 청교도혁명과 명예혁명을 통해 입헌국가를 수립했다. 프랑스는 시민운동을 거쳐 봉건제도를 탈피하고, 공화정을 수립했다. 타락하고 쇠퇴한 이조 말엽의 봉건 왕조에 비교하면, 기독교가 표방한 이념은 한마디로 새롭고 희망적이었다. 기독교가 수많은 서민대중과 여인들에게 파고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문물과 이상을 추구하던 수많은 지식인들도, 기독교의 이념인 새로운 나라에 대한 이상에 적극 참여했다. 이것이 두려웠던 일본제국은 기독교회에서 구약성서를 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본 식민지세력을 적극 도왔던 일부 선교사들도, 구약성서의 새로운 나라에 대한 희망을 외치기보다는, 신약성서의 ‘구원’, ‘회개’, ‘천국’ 등 추상적인 이념을 내세웠다. 그리고 많은 선교사들이 자진해서 ‘정교분리’를 주창했다. 3.1운동은 철저하게 우리민족의 독단적인 운동이며, 새 나라에 대한 갈망이었다. 이같은 갈망은 3.1독립선언문에 그대로 베어 있다.

“아아 새 하늘과 새 땅이 눈앞에 펼쳐지누나. 힘의 시대는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누라 … 새 봄이 온누리에 찾아들어 만물의 소생을 촉구하누나,…‘

3.1만세운동이 일어난지 98년이 되었다. 이 운동이 주는 교훈은 너무나 크다. 새로운 나라를 갈망해온 이 땅의 기독교인과 일본의 식민지를 경험하누 국민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 주고 있다.

인천 갈릴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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