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새누리당이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꿨다. 2012년 새누리당이란 이름을 사용한 지 5년 만에 당사 문패를 바꿔 달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일부 의원들이 갈라져 나가 바른정당을 창당하자 기존 당명으로는 존립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결국 당명을 바꾸는 선택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정당사에서 당명을 바꾼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현재 야당도 수차례 이름을 바꿨다. 야당의 경우는 선거에서 참패한 후 책임론을 놓고 이합집산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당명을 바꾸게 된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위기에 몰려 당의 이름을 바꾼 것은 그만큼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한 대통령 탄핵의 충격파가 크다는 방증이겠다.

당명 변경은 주로 과거와의 단절, 즉 쇄신의 카드로 활용되곤 한다. 보수 정당의 경우, 민주자유당의 5·6공 흔적을 지우기 위해 1996년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또다시 18대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목적으로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으로 국민에게 버림받은 ‘박근혜 지우기’ 차원이라 할 수 있다.

이름부터 바꿀 수밖에 없는 속사정을 왜 모르겠나마는 당명을 바꿨다고 그 체질과 정체성이 쉽게 바뀔 수 있을까 적잖이 염려스럽다. 이름뿐 아니라 몽땅 다 바꿀 의지가 있다면 보수정당이 걸어온 이념과 가치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부자와 기득권자를 옹호하고 대변하는 만큼 사회적 약자 편에 선 적이 있었던가. 재벌들과 야합하여 불의와 탈법을 밥 먹듯이 저질러도 일말의 양심조차 없었던 정권이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현 주소가 아니던가.

보수란 모름지기 자유시장경제와 함께 책임과 배려, 높은 수준의 도덕과 윤리의식을 핵심적 가치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유신독재, 군부독재, 3당 합당, 차떼기, 국정농단에 이르기까지 낡고 병든 수구의식부터 내던져야 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개혁할 에너지와 자율능력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시각이 많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반성한다면서 소속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태극기를 들고 참석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건가.

집권 여당의 몰락을 보면서 한국교회의 소위 보수권이 참고해야 할 점이 있다. 오늘날 보수가 복음이요 진리인양 외치는 교회와 성직자들에게 과연 예수정신이 있는가. 한국교회가 나라와 민족 앞에 희망인가 절망인가, 그 대답은 오로지 ‘개혁’에 달려있다고 본다. 개혁하지 않는 보수는 보수가 아니요 수구일 뿐이요 개혁은 보수를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종교개혁 500주년이라고 들떠있는 개신교가 교회의 분열을 반성하고 하나 되자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갈라져 힘을 못 쓰던 교권주의를 되살리고 그 막강한 힘과 조직으로 동성애와 이슬람을 배격함으로써 교회의 위상을 높이고자 함이라면 누가 이것을 개혁이라 하겠는가. 보수의 가치를 저버린 집권정당의 추락과 종교개혁 500년 동안 과거 가톨릭 뺨치는 수구로 돌아가 스스로를 개혁할 동력을 상실한 한국교회가 같은 길을 걷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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