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난장판이 된 사회, 대결과 갈등으로 뒤엉킨 나라, 국제적 조롱거리가 된 한국의 식물 대통령님, 저는 대통령님의 탄핵사유에 대해 그 진위를 논하고 싶지 않습니다. 백보 양보하여 그 탄핵의 사유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일이었다는 대통령님의 말을 그대로 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대통령님의 순수한 뜻을 왜곡하고 악용한 국정농단주범들에 의해 박근혜 정부는 이미 망가졌고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태극기도 촛불도 지금 무너져가는 이 시대를 살릴 것 같지도 않습니다. 태극기가 촛불을 끄고, 헌재의 탄핵기각 결정이 나면 대통령님은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반대로 헌재의 탄핵인용 결정이 나면 누구말대로 이 나라에 새로운 역사의 서막이 열리는 것일까요? 저는 그것을 속임수라고 봅니다. 탄핵에 관한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재의 결정이 나면 한동안 나라는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의 폭풍에 휩싸일 것이며, 나라의 운명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 것입니다. 그래서 대통령님, 대통령님이 그토록 사랑하시는 나라와 민족을 이제 세가지를 결단을 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당적을 버리십시오. 대통령님은 더 이상 정치인이 아닙니다. 청와대를 떠나는 순간부터 지금의 사태에 대해 책임있는 개인으로 치열하게 싸우셔야 합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당적은 무의미한 것이며, 새롭게 일어나려는 자유한국당의 무거운 짐이 될 뿐입니다. 혹시 민간인 박근혜의 싸움에 지금도 치열히 싸워주는 박사모와 영남의 정치세력의 도움을 기대하십니까? 그러나 그 분들도 박근혜 개인보다 대한민국을 위해 대통령님 편에 서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제 그 분들의 짐을 들어 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두번째 헌재 심판 결정이전에 대통령직을 버리십시오. 그래야만 모두가 살 수 있습니다. 헌재의 심판결정이 어느 쪽으로 나든, 필연적으로 어느 한편에서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을 것이기에 그 충돌의 결과는 상상하기 무섭습니다. 그러니 최선의 방법은 헌재의 결정이 필요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대통령님의 자진 하야선언입니다. 자진하야 선언은 탄핵인용이 예상된다면 최소한 명예는 지킬 수 있을 것이고, 탄핵기각이 예상된다면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태극기와 촛불이 충돌하는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세번째, 자신을 버리고 친구를 얻으십시오. 사람들은 대통령님의 이미지를 ‘불통’이라 합니다. 저는 대면과 서면보고의 문제를 다툴 때마다 딱한 생각이 듭니다. 대면과 서면은 같이 가는 것 아닙니까? 충분히 대화하고 의논한 후에 그 결과를 서면으로 정리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 아닙니까? 몇 줄의 요약 보고서의 내용은 몇 시간 이상 토론의 산물이고, 토론의 의제입니다. 그것들을 대면 토론없이 대통령님은 다 이해하실 수 있으십니까? 평생 학교의 크고 작은 보직을 다 경험하고 학교의 장으로 대학을 경영해본 저로서도 그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대화와 토론이 충분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을 버리지 않음, 곧 나는 저 보다 낫고, 높고, 차원이 다르다는 우월의식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친구는 없습니다.

대통령님, 당신의 나라가 당신만의 고집스러운 애국심과 측근들이 비리와 국정농단으로 세월호처럼 기울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후손들이 불쌍하지 않습니까? 대통령님의 아버지가 어떻게 일으킨 나라이며, 우리 아버지들이 어떻게 세워 물려준 나라입니까? 그런데 우리 자녀들에게 물려줄 이 나라의 모습이 너무도 가슴 아프고 속이 쓰려 1시를 넘어가는 이 새벽에도 글이 샘솟고 필이 달립니다. 나라 사랑은 권력과 국민이 같이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간신과 역적이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그러나 자기만의 나라 사랑의 길을 고집하는 권력자 옆에는 반드시 간신과 역적이 호가호위(狐假虎威)가 무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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