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만세운동 제98주년을 맞은 지난 1일 10대 나이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일본군의 성노예로 살아야만 했던, 이 땅의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눈길>이 개봉 상영됐다. 아직도 눈을 감지 못하고, 하늘을 떠도는 소녀들의 영혼, 40여명만이 살아 일본군의 잔악함과 죄악을 만천하에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는 정신대 할머니.

이들은 시궁창보다도 못한 삶을 살면서, 끈질긴 생명을 이어 일본군의 죄악을 증언하고 있다. 일본군 정신대의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으며, 현재도 계속 진행형이다. 일본 정부의 태도, 우익단체들의 태도는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패권주의를 부활시킨 일본을 향한 우리정부의 태도는 무엇인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교회의 모습은 무엇인가(?) 영화 <눈길>은 분명 패권주의를 부활시키는 일본의 죄악과 잔악상을 고발하는 것이라는데 문제가 없다. 이 영화는 일본제국주의자들의 수탈 속에서도 가난이 지긋지긋했던 종분(김향기)과 그가 동경했던 부잣집 딸 동네 친구 영애(김새론)의 슬픈 역사와 아름다운 생명의 우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종분과 영애는 일본군의 죄악을 증언하기 위해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집념을 가지고, 일본이 패망할 무렵, 위안부 일제청소과정에서 탈출한다. 이 과정에서 어깨에 총상을 입은 영애는 사진 한 장을 종분에게 건네며, 사진 속의 위안부 친구들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 말속에는 살아서 일본군의 죄악과 일본군의 성노리개로 이용되었던 이 땅의 소녀들을 참상을 증언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 같은 의무를 부여받은 종분은 살아서 고향에 돌아온다. 돌아온 고향은 그를 반겨줄 부모도, 동생도 없었다. 정부마저도 자신이 일본군에게 정신대로 끌려갔다는 기록이 없어 친구 영애로 대신 살아간다. 그것도 해외에서 떠돌이로 힘겹게 살다가 돌아온 백성에게 지급하는 500원을 받기 위해서이다. 혼자 일본군의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숨기고 힘겹게 살면서, 부모와 학교, 그리고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비행소녀를 만나 자신의 처지를 털어 놓는다. 그리고 친구 영애의 영혼을 보내준다.
 
이렇게 이 땅의 딸들은 일본군에게 끌려가 치욕스러웠던 과거를 숨기면서 살았다. 그럼에도 친구를 위해, 조국을 위해, 바른 역사를 위해, 일본의 책임 있는 사과를 위해 일본군의 죄악상을 증언하고 있다.  아직도 일본군 정신대 할머니들의 한을 정부도, 일본도, 이 땅의 가진자(지식인), 종교인들이 풀어주지를 못하고 있다. 일본 식민지권력과 결탁했던 이 땅의 개신교 일부 목사의 입에서는 오늘도 일본군에게 끌려가 성노예로 살았던 이 땅의 소녀들을 향해 “돈을 벌기 위해서 정신대에 자원했다”고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한심한 교인들은 목사의 말에 ‘아멘’이라며, 화답한다.

한심하다. 영미의 식민지신학과 이데올로기신학, 관념적인 신학을 그대로 받아들인 일부 목사들의 이 같은 발언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한국개신교의 목회자들은 일본국가주의에 굴복, ‘신사참배’를 결의하는 등 하나님을 배신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서양기독교를 매개로 하늘나라에 갈 이유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3.1만세운동 98주년을 맞은 한국교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3.1절 기념행사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론분열에 앞장서고 있지 않은가(?) 3.1만세운동의 정신인 민족의 화해와 평등, 자유, 정의를 실종시키는데 교회가 중심에 있다는데 안타깝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생명이 넘치는 평화의 에덴동산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이것은 또 역사의 현장에서 예수님이 떠돌이들과 벌이신 하나님나라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최소한 이 땅의 기독교인들이 3.1만세운동 98주년을 맞아 민족의 화해와 자유와 평등, 정의를 외쳤더라면, 교회를 중심으로 일어난 3.1만세운동의 빛이 바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쉽다. 특히 3.1만세운동 현장에서 ‘죽임’을 당한 이 땅의 애국자, 일본군에게 끌려가 ‘죽임’을 당한 이 땅의 아들과 딸들의 한을 달래주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다.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바른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교회가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몰각하고 있는 한, 자유와 평등, 그리고 정의가 흘러넘치는 생명의 에덴동산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이 땅의 그리스도인 모두는 자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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