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자리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않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고
너는 네가 만들 쇠사슬에 매여 있고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깊어가는 가을날이다. 곱게 물드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우리 삶도 저렇게 익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낙엽을 보며 쓰레기라고 여기고, 또 누군가는 지난 계절의 추억이라고 여긴다. 아무렴 어떠랴. 각자의 시선대로, 마음밭의 상태에 따라 느끼는 거다. 하지만“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 4:23)는 말씀처럼 마음의 결이 참 중요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지금의 고통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거뜬히 견딜 수 있다.
시의 제목이“꽃자리”다. 구체적으로“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자리가 바로 꽃자리라는 거다. 이어서“너의 앉은 그 자리가/바로 꽃자리니라”는 시행이 1,2,4연에서 반복되고 있다. 시적 화자가 그만큼 강조하고 있다. 살다가 보면 숱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스스로 감옥을 만들기도 하고, 쇠사슬이나 동아줄에 묶이기도 한다. 모두 생각과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시적 화자는“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세상을 올바로 볼 수 있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고 한다.
세상살이가 무척 팍팍하다. 취업난, 생활고, 질병 등에 시달리며 갈등하고 방황한다. 이런 때일수록 마음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절망의 바닥에서 앞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푸른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리라.“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명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여주인공 스칼렛이 모든 게 무너진 상황에서 한 말이다.“여호와 앞에 잠잠하며 참고 기다리라”(시편 37:7)는 말씀이 떠 오르는 늦가을이다.
백석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