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교수.
이민 교수.

현대는 인공지능(AI)을 넘어선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시대다. AI 스스로 업그레이드하는 자율성이 특징이다. 이는 미래에 많은 직업군들을 없애 대량 실업 사태와 인공지능 집단의 지배를 촉발한다. 문제는 굶주림으로 폭동이 발생하여 특정 기업이 빵을 무료로 나눠주는 기본소득 제도가 횡행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들은 인간이 먹고 살만해지면 무료함과 지루함으로 다시 폭동이 발생하고 지배 집단은 엔터테인먼트를 유행시켜 권력집단에 대한 숭배를 요구하는 신봉건주의를 촉발시킬 것으로 예견한다. 노동의 종말(제레미 리프킨, 역자 이영호, 민음사, 2005)은 노동을 상실한 인간이 재미와 쾌락만을 추구하며 살인을 즐기는 참혹한 종말을 경고하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塩野七生, 1937~)로마인 이야기(역자 김석희, 한길사, 2006)는 거대 로마 제국이 어떻게 망했는지를 상세히 분석한다. 로마 제국의 제4대 황제 클라우디우스(Claudius, BC 10~54)는 당시 100만의 로마 인구를 유럽 전역에서 잡아온 노예 1천만 명을 동원(1인당 10)하여 통치했다. 그는 백성들의 환심을 사기위해 폭동 방지용으로 공짜 빵을 나눠줬다. 현대판 기본소득이다. 목욕탕에서 음란한 성적 행위가 판을 쳤다. 노동은 사라지고 지루함만 남았다. 쾌락과 유희가 난무했다.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급기야는 65천명을 수용하는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Colosseum)을 세웠다. 검투사 놀이로 시작되어 처음에는 짐승을 죽이다가 점차 사람을 죽이는 놀이로 변질됐다.

AD 50년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폭동을 일으킨 2만 명의 개종 기독교인을 추방했다. 대부분이 황제에 복종했지만 기독교인들만이 저항했다. 예수 믿지 않는 정통 유대인들이 예수 믿는 개종 유대인들을 핍박했다. 콜로세움은 기독교인들을 처형하는 살인의 메카가 되었다. 노동의 자리에 본능과 살인이 들어섰다. 공짜 식량과 쾌락의 대가는 인간 죄성의 증폭이다. ‘의미대신 재미는 유물주의, 인본주의를 낳는다. 진짜 재앙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이다.

AI가 인터넷 이후 세상을 점유할 주된 기술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를 종교화하려는 태도와 세력이다. AGI를 신앙과 결합한 메시아로 받아들이는 순간, 이는 더 이상 과학이 아닌 하나님을 대적하는 우상으로 전락할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모든 것을 물질로만 보는 유물사관의 진화론에 바탕을 둔 정치사상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진화론, 유물주의, 공산주의, 인본주의로 모든 분야가 썩어가고 있다. 정의는 사라지고, 불법이 만연하다. 인민민주주의의 가치와 제도가 목전에 있는데도 올바른 저항이 사라져간다. 아니, 당당하고 합리적인 비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인민 바보들의 천국으로 빠져간다. 탈법과 탈권, 일탈을 한참 넘어선 자유 없는 자유, 정의 없는 정의가 이 나라의 현실이다.

B.C 7세기 후반 선지자 하박국은 바벨론이 남유다를 위협하던 때 하나님께 믿음의 질문들을 던진다. 당시 유다는 부패와 불의가 만연하여 정의가 굽어지고, 악인이 의인을 에워싸며, 공의가 왜곡되는 세상이었다. “여호와여 내가 부르짖어도 주께서 듣지 아니하시니 어느 때까지리이까 내가 강포를 인하여 외쳐도 주께서 구원치 아니하시나이다” “왜 악인이 형통합니까? 왜 불의가 번성하는데 하나님은 침묵하십니까?”(1:2~4) 하나님의 오랜 침묵에 대한 절규이자 불의와 억압에 대한 하나님의 대응을 통촉한 간절함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떠난 결과는 자기 왕국이며 자기 숭배주의. 정치 지도자들의 권력 다툼과 부정부패, 힘없는 자와 소외된 자에 대한 핍박, 불의한 탈법과 초법의 재판관들, 폭력과 죄악 속의 백성들은 지금 우리 사회와 흡사하다. 하나님은 결정적 답안을 제시한다.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2:4) 선지자는 응답한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소출이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

로마가 망한 원인은 서커스(유희), 포도주(향락), 그리고 공짜 빵(물질)이다. 인간은 빵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현대판 로마제국인 이 사탄의 왕국을 성경적 정의와 복음으로 갈아 엎어야 한다. 불법과 불의에 저항해야 한다. 황제 숭배 대신 하나님만 경배해야 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재미가 아닌 의미이고, 수단이 아닌 목적이며, 현상이 아닌 본질이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제사장적 소명선지자적 사명으로 이 땅의 신음하는 백성들에게 공의와 정의의 소망을 선포해야 한다. 왜 한국교회는 하박국 선지자가 없는가?

본지 논설위원, 한국교육기획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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